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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나의 서울, 한정식 사진집

bangla 2016. 4. 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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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에서 나서 서울에서만 자랐기 때문에 향수라는 것에 무심하였는데, 어느 날인가 문득 생각해 보니 나도 고향을 잃은 사람이었다. 더구나 내 고향은 가려야 갈 수 없는 곳으로 가 버린 뒤였다. 사라져 없어진 것이다.

   

서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바뀌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내 나이가 일흔을 넘긴 것도 그렇지만, 서울도 육백 년을 넘겨 버티어 왔다. 내가 점점 사그러들면서 손자가 대를 잇기 위해 태어나듯, 서울도 그렇게 대를 잇는 탈바꿈을 하고 있었다. 그 소위 밀레니엄이다. 21세기다하기 전부터 서울은 서서히 모습을 바꿔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확실히 변한 모습으로 오늘을 대비해 놓았는데, 이 미련한 사람이 그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에 지나지 않았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때가 되면 누가 뭐라 해도 가는 것, 이것이 세월이요, 순환의 원리이다. 내 고향 서울이 이제 한구석도 제 모습을 지키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 탈바꿈하고 있는 것, 이것도 다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인생 현장에서 나는 이미 한발 물러나 있는 사람이다. 정년퇴임 이후, 드디어 내 시대가 왔다고 신이 나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실은 노병처럼 죽지만 않았지 사라진 존재가 되고 만 것 이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웃으며 살아왔으면서도 막상 서울 하면 예 서울만 떠올린 내가 미련했다고 할 수 밖에, 나도 서울도 순환의 고리 위해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서서히 모습을 바꾸어 가고 있는 것이다. 오면 가고, 감으로써 새것이 올 수 있는 자연의 질서가 나라고 해서 피해 갈 리 없고, 서울이라고 해서 돌아가 줄 리가 없는 것이다. 비어야 채울 수 잇고.

죽어야 그 자리에 싹이 돋는다. 내가 한발 물러나는 자리를 내 손자가 한뼘 한뼘 불려받듯, 옛 서울의 사라짐은 그것이 그대로 새 서울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서울은 지금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새로이 오고 있는 중이다. 종점은 그것이 그대로 시발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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