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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행복합시다, 김형석 본문

읽고 또 읽고/실생활

우리 행복합시다, 김형석

bangla 2022. 8. 3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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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실한 성품을 지닌 간디는 영국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인도에 돌아와서는 영국인의 내왕이 많은 뭄바이에 정착했다. ‘영국에서 귀국한 신진 변호사 간디 사무소’라는 간판을 달았다.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원하는 일거리가 생기지 않았다. 경험도 부족했으나 폭넓은 인간관계가 적었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가 생겼다.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끄는 사건으로 여러 변호사가 동참하는 재판이었는데, 젊은 변호사도 필요할 것 같다는 요청에 그 합동 변호단의 일원으로 동참하게 된 것이다. 간디에게는 행운의 찬스였다.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 변호 연설을 준비하고 변론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내성적이고 군중 앞에서 연설한 전력이 없었던 간디는 준비했던 내용의 절반도 발표하지 못하고 더듬거리다가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그 충격이 컸다. 무능한 변호사로 낙인찍혔고 자신도 변호사로 성공할 자신이 없다고 판단했다. 실망한 간디는 관선변호사가 되어 아프리카에 가기로 했다. 영국 식민지의 한직으로 밀려난 셈이다. 가족들에게는 아프리카에서 성공하게 되면 합류하자는 뜻을 남겼을 정도였다. 그런데 아프리카에 부임하면서부터 간디는 인간적 대우를 받지 못했다. 기차 객실에서는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백인들로부터 쫓겨났다. 임지 가까이에까지 가서 마차를 탈 때에도 지정받았던 객석에서 밀려나 마부 옆자리로 옮겨 타야 했다. 옆자리에 앉을 수 없다고 백인들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2022-02-09 18:14:39
  •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주어진 책임은 무엇인가. 인격의 완성을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대나무가 자랄 때는 마디마디가 완벽해야 큰 나무로 완전해진다. 그 어떤 마디라도 약해지거나 구실을 못하면 그 마디가 병들고 부러지기 때문에 나무 구실을 못한다. 그 주어진 책임은 누구에게나 있다. 게으르거나 삶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그것을 고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의 인간됨을 사랑하고 값있는 인생을 원하는 사람은 그것을 즐거운 인생의 의무라고 여긴다.
    2022-02-08 14:05:08
  • 나는 늦게 철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나이까지 일해왔는지 모른다. 앞으로 더 지혜로워질 수 있을까.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 나 자신에게 전하는 교훈이 있다. “내가 나를 위해 한 일은 남는 것이 없다. 더불어 산 삶은 행복했다. 겨레와 국가를 위해 걱정한 마음은 남는다.”
    2022-02-08 12:48:24
  • 참행복은 어떤 것인가. 천주교의 한 교황이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해 들었다. 그는 인생의 정점인 죽음을 앞두고, “나는 여러분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행복했습니다”라는 고백을 했던 것이다.
    2022-02-08 12:46:38
  • 90세가 될 때까지도 정신적으로 지적 의욕을 갖고 있었다. 그 방법의 하나는 취미 활동이기도 했다. 둘째는 일을 계속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였다. 한 제자는 지금도 중고등학교 연합회의 총무로 있다. 누가 보든지 동료들보다는 훨씬 연하로 보인다. 한배호 교수도 80대 후반에 새로운 저서를 증정해주었다. 서예가 이곤은 90세에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일을 사랑하고 즐기는 인생이었다. 셋째는 인간관계를 풍부히 갖는 것과 외로움과 고독을 해소하지 못하는 생활의 차이였다. 백년해로하는 사람이 삶의 일상과 행복도 풍부해진다. 혼자 살거나 인간관계의 폭이 좁은 사람은 삶이 빈약해진다. 철학과 제자인 한 친구는 하루도 집에 머물지 않고 여러 모임과 위원회에 참석하는 편이다. 나를 만날 때도 수첩에서 일정표를 확인해야 할 정도로 바쁘게 지낸다. 동료들이 저 친구는 바빠서 늙을 시간이 없다고 놀린다. 일과 사랑이 있는 인간관계가 필수적인 것 같다. 넷째는 좀 어색한 표현이지만 자기 인생을 자기답게 합리성을 갖고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이기주의는 아니다. 이기주의자는 소유욕에 빠지게 되며 타인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 자신의 신념과 인격을 높여가면서 자기 인생의 의미를 찾아 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존경도 받고 90대까지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유지한다. 마지막은 다 같이 출발한 인생의 마라톤을 끝까지 사명감을 갖고 완주하는 사람이다. 이런 이들을 존경스러운 인생의 승리자로 자타가 인정한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2-02-08 12:45:36
  • 그런데 90 중반쯤 되니까 신체적 건강의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력이 자유롭지 못하며, 소리는 들려도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왔다. 청각의 위축은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더한다. 안병욱 교수는 90이 되면서는 대화가 어려우니까 ‘말씀들 하세요. 나는 잘 듣지 못하니까…’라면서 메모를 하거나 읽을거리를 꺼내기도 했다. 텔레비전에서 뉴스를 들을 때도 옆 사람에게는 실례가 될 정도로 소리를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현저한 어려움은 다리의 힘이 약화되는 것이다.
    2022-02-07 12:38:03
  • 오래전에 친구인 이일선 목사 부부가 우리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의사이기도 하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서 “사람은 둘인데 다리가 여섯이어서 죄송합니다” 하고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둘 다 지팡이를 짚고 와서 미안스러웠던 모양이다. 그 유머러스한 태도가 부러웠다. 나도 때가 되면 지팡이를 짚고 걸으면서 “늙으니까 두 다리로는 모자라 셋이 되었습니다”라고 농담할 용기가 있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2022-02-04 20:19:40
  • 공항 직원은 컴퓨터 키보드를 두들겨보다가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민등록증 사진과 대조해보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었다. 백한 살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컴퓨터에는 한 살로 되어 있네요”라며 비시시 웃는다. 그 컴퓨터에는 세 자리 숫자인 100이 입력되지 않는 모양이다. 세브란스병원의 한 원목의 장모가 106세가 되었을 때에는 주민 센터에서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라’는 통지서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쨌든 내 이름이 찍힌 탑승권을 받았다. 공항 라운지에서 그 탑승권을 살펴보았다. 나는 지금까지 930회 비행기를 탔다. 82만 6,000마일 이상 비행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공항 직원이 이상하게 여길 만도 했다. 한 살짜리 어린애가 930회 탑승한 것으로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2022-02-03 10:40:37
  • 국제전화는 말할 필요도 없다. 춘원 이광수의 부인이 미국에 있는 따님에게 편지로 ‘20일쯤 후 어느 날 몇 시에 전화를 걸 테니까 준비하라’는 연락을 했다. 약속한 시간에 전화를 받은 따님이 말을 못 하고 울먹였다. 그러자 모친이 “너, 울 시간이 어디 있냐? 전화 요금이 얼만데…”라고 타일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2022-02-03 10: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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