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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최효찬 본문
좀 더 자라서 글을 읽히고, 스스로 책을 읽게 되고, 무엇인가 글을 쓰기 시작한 뒤에도 나는 언제나 어머니의 손에 들려 있던 책을 기억합니다.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그 환상의 책은 60년이 지난 지금 나의 서재에 수만 권의 책을 쌓게 했고, 수십 권의 책을 쓰게 하였습니다. - 이어령
우리나라 명문가들의 자녀교육에서 공부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리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생활교육 또한 중요시했다. 어떻게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지식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명문가들은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여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배우게끔 교육을 시켰다.
잉크가 옷과 책에 묻었다면 책의 잉크부터 먼저 닦아라. 지갑과 책이 땅에 떨어졌다면 책을 먼저 주워라. -유대인 속담
- 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 것
-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정도를 걸을 것
- 무슨 일을 하더라도 오점을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살 것
-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 것
- 집안의 화목을 위해 형제간이라도 말조심을 할 것
- 아무리 어려워도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정해 반드시 실천할 것.
석주의 망명의 변 "공자, 맹자는 시렁위에 얹어두고 나라를 되찾은 뒤에 읽어도 늦지 않다."
고려대 중앙도서관에 '석주문고'
이른바 권력 지향적인 가문이 아닌데도 당대의 명문가들과 통혼이 이루어진 배경에는 학행의 가풍이 있다.
일제는 야만스럽게도 당시 99칸의 대저택이었던 임청각의 앞마당과 저택의 일부를 헐어 철길을 냈다.
고성 이씨 석주 이상룡 가문은 500년 동안 단 1명의 과거 합격자를 배출하고서도 명문가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그것은 500여 년을 이어온 문필의 전통과 교육을 중시하는 가풍, 지조와 자긍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석주 이상룡과 그 자손들이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오직 한 가지 게을리 하지 않은 것이 바로 학문과 교육이었다.
조상들은 대대로 붓글씨를 쓰면서 마음을 갈고 닦았으며, 무려 20대에 걸쳐 단 한 명의 종손도 빠지지 않고 필첩과 문집을 남겼다.
즉 부모는 자녀에 대한 기대가 높고 욕심이 앞서 자녀가 잘 따라오지 않는다고 화를 내며 질책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주눅이 들어 마음속에는 저항심이 생기는 탓에 교육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이런 때에는 지혜와 경륜을 갖춘 할아버지가 감정을 통제하며 자녀들을 교육하기에 더 적격일 수 있다. 조부모는 세상사를 관조하는 나이가 되어 손자손녀를 소중하게 여기고 아이의 생각과 요구를 귀담아들을 여유를 가지며, 감정을 절제한 상태에서 타이르므로 아이가 저항 없이 그 뜻을 따르기에 저절로 교육이 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격대교육은 우리 선조들이 예전부터 해오던 자녀교육의 한 방식이었다.
이용태는 21세기에 정작 절실히 요구되는 창의적인 인재는 "대화할 줄 아는 아이"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가 진실인가, 날조된 것인가, 억측인가, 소문에 불과한 것인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이를 구별하는 능력이 어쩌면 지식의 습득보다 더 중요하다.
배운다는 것은 배우는 자세를 흉내 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 루스 실로, 유대인의 자녀를 낳고 기르는 53가지 지혜
먹을 항상 입에 달고 다녀야 한다. - 남농
학문이 얕으면 절대로 붓을 들지 말라 - 소치
시원한 밤은 책 읽기 좋을 때다. 시간을 아껴라. 좋은 계절에 고요한 절에서 힘써 공부해 주기 바란다. 술 한 병, 닭 한 마리, 생선 한 마리, 고기 한 덩어리를 보낸다. - 맏형의 외손자 민응기에게 보낸 편지. 요즘 시대에 큰형의 외손자까지 챙기는 자상한 할아버지가 있을까.
안동 출신 독립운동가의 계보를 추적해 보면 대부분 퇴계의 제자인 성애 류성룡과 학봉 김성일로 이어진다. 퇴계학맥이라는 씨줄과 혈연이라는 날줄이 안동 독립운동의 튼튼한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 육사연구가 안동대 김희곤 교수
퇴계의 14대손인 육사의 가슴속에는 "배운 것은 실천한다"는 퇴계의 정신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정작 손을 벤 형은 울지 않는데 네가 왜 우느냐?"
그러자 소년 이황이 눈물을 흘리면서 대답했다.
"형은 울지 않지만, 저렇게 피를 흘리고 있으니 얼마나 아프겠어요."
퇴계는 450년 전에 이미 착한 사람들의 인맥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벼슬은 자신이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퇴계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길을 찾았던 셈이다. 퇴계는 스스로 학문을 닦아 착한 사람을 많이 키워내는 교육사업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았으며, 그 방편으로 학문을 하는 사람끼리 서로 배우고 경쟁하면서 좋은 친구와 인생의 동반자를 만드는 인맥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했다. 류성룔, 김성일, 정구 등 대표적인 제자…. 장흥요-이시명-이현일-이재-이상정-남한조-류치명-김흥락-이상룡-이용태 등 이어지는 학맥을 형성해 500년을 이어오고 있음.
수백 년에 걸친 인맥네트워크가 다시 그 후손들에게 혼맥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92nd Street Y Nursury School. - 베이비 아이비리그 … 렉싱턴 애비뉴 92번가.
우선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게 우선이었기에 젊은 종손은 종가의 뒤산인 덕음산에서 다산이 산에 심어 두었던 차나무 종자를 얻어 5만여 평의 다원을 조성했다. 종손도 경제력을 갖추지 않으면 종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없고 더욱이 자손들에게 무시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산은 혹여 후손들이 가훈을 소홀히 할까 봐 마지막 부분에 "우리 가문의 홍성과 멸망이 이 한 장의 종이에 있으니 절대로 그대로 보아 넘기지 말아라. 그리고 손자들에게도 명심해서 읽도록 하여 잊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
중국은 문영한 것이 풍속이 되어 아무리 궁벽한 시골이나 변두리 마을에서 살더라도 성인이나 현인이 되는 데 방해 받는 일이 없으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해서 서울 문밖에서 몇 십 리만 떨어져도 태고처럼 원시사회가 되어 있는데 하물며 멀고 먼 시골이랴? - 본인은 정작 유배가 있어도 다산이 서울에 자손들이 살기 원한 이유.
예부터 화를 당한 집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반드시 훌쩍 먼곳으로 도망가 살면서도 더 멀고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못했음을 걱정하곤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노루나 산토끼처럼 문명에서 멀어진 무지렁이가 되어버릴 뿐이다. 문명의 혜택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살다보면 견문이 좁아져 영영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다산
혼사길이 막혀 비천한 집안과 결혼해 물고기의 입술이나 강아지의 이마 몰골한 자식이 태어난다면 그 집안은 영영 끝장나고 만다. 이래도 학문을 게을리할 작정이냐? - 다산
다산은 손쉽게 상자 속의 돈을 꺼내 저잣거리로 달려가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집안을 일으킬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아침에 할 일을 저녁으로 미루지 말라. 맑은 날에 해야 할 일을 비 오는 날까지 끌지 말고, 비 오는 날 해야 할 일을 맑은 날까지 끌지 말아야 한다. -다산
나는 고향에서 여생을 보냈지만 너희들은 서울에 가서 살아야 한다. 정 마재를 떠날 수 없더라도 앞으로 마재에 쇳소리가 들리면 반드시 서울로 떠나라. - 다산, 기차를 예견한 듯.
주실 마을은 1900년대에 접어들어 적극적으로 개화에 나서면서 너도나도 자녀들을 서울이나 대구뿐만 아니라 일본으로까지 유학을 보냄. 한 집에 1명꼴로 일본이나 서울 등지로… 마을을 큰 어른격인 종손들은 앞장서 상투를 자름.
적어도 주실 출신들 중 일제시대에 친일을 한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전통은 아직도 이어져 주실 출신들 가운데 뇌물을 받거나 부정부패와 관련해 감옥에 간 이들은 없다고 합니다.
자녀를 엄하게 가르치는 것은 아버지의 자비이며, 자녀가 아버지의 엄격함을 오해하지 않도록 깨우쳐주는 것이 어머니의 자비이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가정교육의 근본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자녀를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제멋대로 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할 수 있는 의지력을 갖게 하는 것,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 이 두 가지이다.
무엇보다도 가문의 전통을 세우고 자녀교육의 기틀을 마련한 '가문의 기획자'가 있었다는 점이다. 동토 윤순거… 종학당을 세운 사람.
몸가짐의 방법
- 보행은 무겁게 걷는 모양으로
- 두 손은 공손한 모양으로
- 바라볼 때는 단정한 모양으로
- 말할 때는 그침을 알아야 하고
- 목소리는 성내지 말고 낮은 소리로
- 머리는 곧게 하여 바른 자세로
- 기상은 단정하고 엄숙하게
- 뜻을 세움에는 덕이 있게
- 기색은 단정하고 씩씩한 모양으로 한다.
의관을 바르게 하고
단정하게 정돈하고 근신 숙연하며
모든 일은 한 번 더 생각하고
속이지 말고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
과객을 후하게 대접. 조선시대 양반들의 사랑방을 찾은 과객의 신분은 학덕 높은 선비, 풍류객, 협객, 잔반 등이다. 이들은 세상 소식에 밝은 일종의 정보전달자로 경주에 사는 최부잣집에게 세상 돌아가는 정세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정보 창구의 역할을 했던 셈. 또한 과객은 최부잣집의 존재를 세상에 알려주는 자발적인 홍보맨 역할도 함.
베갯머리 이야기, 베드사이드 스코리 … 동일한 자녀교육 방식… 전통문화의 단절로 자긍심을 갖지 못함.
"도련님 덕분에 양반 좀 돼봅시다. 제발 열심히 공부해 과거에 급제해 주세요." 큰 절을 올리는 아버지
"아드님은 더 이상 글공부 해도 소용이 없음… 지게나 지게… " 훈장
아들을 잡고 다짜고짜 강물에 아버지가 뛰어 듬.
"제가 성급했습니다. 아드님을 성심껏 가르치겠음."
참판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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