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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선물, 홍석환 본문

읽고 또 읽고/기독교

뜻밖의 선물, 홍석환

bangla 2016. 3. 28.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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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하나님이 내게 주신 시간이 16년이면 우리가 아무리 살려 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힘든 일을 주신 데는 뜻이 있고, 저를 통해서 하나님이 이루시려는 큰 뜻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나을 테니 아빠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내가 내 뜻대로 이 세상에 오지 않았든, 내가 이 세상을 떠하는 것도 내 뜻대로 가는 것이 아니잖아요. 아빠, 나는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집으로 돌아와 투병한 3개월을 어찌 글로 다할 수 있겠습니까? 30년을 산 기분입니다.

   

"아빠,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하나님께 맡기시라고요. 염려한다고 암세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없애 주셔야 건강해져요." - 누가 목사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아빠는 하나님을 의지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아들은 모르는가 봅니다.

   

당신이 아프다는 말을 들으면

나도 아픕니다.

당신은 몸이 아프다고 하는데

나는 마음이 아픕니다.

-조희선

   

아빠, 이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여한이 없어요. 이것은 하나님이 선택하신 일이라면 받아들여야지요. 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사랑하는 동생들을 보살피지 못하고 먼저 떠나야 한다는 것이에요. 이것이 못내 가슴 아파서 떠나기 힘들어요.

   

하나님이 아들에게 뭔가를 보여 주신 것이 분명했습니다. 죽음 앞에서 아들이 보여 준 의연함이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배려였다는 믿음이 생긴 것은, 아들을 통해 나에게 주신 하나님의 음성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동안 나는 아들이 내게 온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아들이 세상을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그리도 간사합니다. 아들이 내게 온 것은 당연한 일이고, 가는 것도 안 된다니요.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은 그랬습니다.

   

시공간에 매여 사는 3차원의 우리에게 죽음은 미완성이요, 비참한 것이요, 이해할 수 없는 비극일 수밖에 없습니다.

   

"석환아, 하나님이 살려 주신 것은 참 감사한 일이지만, 네 간증을 들어 보니 그 현장에서 죽은 사람들은 하나님이 저주를 내리신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더구나. 살아 있는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크리스천은 죽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미안한 마음도 가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1985년 이리역 폭파 사고… 아프다는 핑계로 결근… 이란과 축구 경기 보고서…

   

"저 아이도 주님의 아이이고, 천진스레 장난감을 갖고 노는 머리카락 하나 없는 저 소녀도 내 딸이구나."

화학요법을 받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목사가 되어 가장 큰 도움을 받은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목회를 하면서 하나님 앞에선 존재, 그리고 끊임없는 인간관계 속에서 자의든 타의든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들이 결국 나를 구해줍니다. 목회를 통해서 내 원형, 내 본래 모습을 찾으려고 긴 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고, 많은 사람들을 도우면서 필연적으로 '나는 누구인가?'라고 수도 없이 물어야 했습니다. 이것이 나로서는 고통스러웠지만 결국 아주 축복된 길이었습니다.

한동안은 깨달음 얻은 인간인 척 너스레도 떨어 보고, 내 어두움과 대면하면서 자학적인 설교도 했습니다. 목사가 되고 20년 가까이 목회하면서 내가 특별한 인간으로 변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가는 특별한 은혜와 노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다를 본 적이 언제였는가? 아침의 냄새를 맡아 본 것은 언제였는가? 아기의 머리를 만져 본 것은 또 언제였던가? 정말로 음식을 맛보고 즐긴 것은? 맨발로 풀밭을 걸어 본 적은? 파란 하늘을 본 것은 또 언제였던가?"

이런 것들은 다 죽음을 앞에 둔 사람들이 한 번만 더 보고 싶다고 하는 것들이랍니다.

   

살아가는 데 없어도 되는 것들은 과감히 버리시고, 꼭 필요한 것만 붙잡으십시오. 그리고 자신을 비워 하나님이 마음껏 쓰실 수 있는 사람이 되길 기도합니다.

   

아들이 가고 나서는 너무 큰 것을 내려놓아 그런지 작은 것들은 내려놓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세상 살면서 무서운 것이 참 많았는데 그만 그런 것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 사람이 죽고 살기도 하는데 하며 웬만한 것들은 내려놓고 그냥 흐름에 맡기려 합니다.

   

   

단지 15분 뿐인 인생

   

   

생명이 15분 밖에 남지 않은

한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한

'단지 15분뿐'이란 연극이 있습니다.

   

장래가 촉망되는 이 젊은이는 어려서부터

그 총명함을 따를 자가 없었습니다.

   

20대에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그의 뛰어난 논문을 보고

심사 위원들은 격찬했으며,

이제 학위를 받을 날짜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의 성공을 의심치 않았고,

본인도 자신에 넘쳐 있습니다.

하루하루 분홍빛 미래만이 그에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가슴에 이상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정밀 검사 결과 폐암 말기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이 나오고

그의 운명은 15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죽음의 선고가 내려집니다.

   

15분!

그는 침상에 누워 있습니다.

시간은 쉬지 않고, 째깍째깍 흘러만 갑니다.

5분이 금방 지나가고

남은 시간이 10분으로 줄어 듭니다.

이 때 그가 누워 있는 병실에

한 통의 전보가 날아듭니다.

   

"억만장자인 당신의 삼촌이 방금 돌아가셨습니다.

그의 재산을 상속할 사람은 당신뿐이니

속히 와 상속 절차를 밟아 주시오."

   

하지만 죽음을 앞둔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 때 또하나의 전보가 도착합니다.

"당신의 학위 논문은 우리 학교 개교 이래

가장 훌륭한 논문으로 평가되었으며,

올해의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그러나 이 축하 전보도

그에게는 아무런 위안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절망에 빠진 그에게 또 하나의 전보가 날아옵니다.

그가 그렇게도 애타게 기다리던

연인으로부터의 결혼승낙입니다.

   

그러나 어떤 전보도 그의 시계를 멈추게 할수는 없었습니다.

   

드디어 15분의 시간이 지나고

그는 세 통의 전보를 손에 쥔 채 숨을 거둡니다.

그러고는 연극이 끝납니다.

   

 

감리교신학대학 교수셨던 고 윤성범 목사님은 예수를 효자라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효심은 한국 사람들의 믿음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개념이라 했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알고, 아버지의 뜻을 받들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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