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사진사 32장면, 최봉림

다게르의 발명은 움직이지 않는 물체에 관한 한, 하나도 빠짐없이 정확하게 은판 위에 기록했지만, 움직이는 물체는 느린 감도와 어두운 렌즈 때문에 포착할 수가 없었다.

   

파리가 중성자탄의 공격을 받은 듯 건물과 도로는 현실 그대로 인데, 움직이는 생명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다게레오타입 프로세스의 공표는 바야흐로 세계가 지식의 습득과 전달을 위해 문자 텍스트의 논리적 추론과 설명에만 의존하지 않게 되었음을 의미했다. 물리적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객관적 검토와 조사를 가능하게 한 사진 이미지는 학문의 연구의 모든 체계로 하여금 검증 가능한 증거를 제시하도록 했다. 다시 말해 사진 이미지의 보편화는 객관적 증거물의 제시, 특히 시각적 물증을 제출을 과학 연구의 필수 불가결한 의무로 삼게 하는 데 신속하게 기여했다.

   

초보자들은 희생시켜야 할 것을 희생시키는 중요한 기법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모든 것을 보여 주고자 한다. - 들라크르와

   

사진을 통해 과학은 예술에 대해 지금까지 처음으로, 단 한 번 중요한 기여를 했다. 사진은 모든 매체가 그렇듯이 그 존재 이유는 절대적이고 완벽한 객관성이다. 정말로 반사진적인 다른 예술과는 달리, 이 객관성이 바로 사진의 본질이며, 사진의 기여인 동시에 한계다. - 스트랜드

   

가게나 카페의 정면을 기록한 사진 중에 종종 출입구의 창을 통해 앗제에 촬영을 호기심으로 관찰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각인되었는데, 느린 감광 속도 탓으로 얼굴이 흔들려 마치 유령의 형상을 띠었다. 그리하여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자료 사진으 본래 의도에서 벗어난 앗제의 현실은 초현실의 양상을 띠었다.

   

내가 오랜 작가 생활 동안 찍은 다른 사진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이 사진만 계속해서 사용되는 것에 나는 한때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때 한 명민한 친구가 이런 나를 책망했다. 시간은 가장 훌륭하고 가장 신뢰할 만한 편집자야. 한 장의 사진이 이렇게 시간의 시련을 견디어 낸다면, 그것은 훌륭한 작품이라는 뜻이야. - 도로시어 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