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esign your brain

마법의 탄환, 글리벡, 다니엘 바젤라 본문

읽고 또 읽고/과학

마법의 탄환, 글리벡, 다니엘 바젤라

bangla 2016. 4. 8. 20:15
728x90

글리벡은 신호 전달 억제제(signal transduction inhibitor, STI)라 부르는 새로운 종류의 약 중 최초로 개발된 약이다. 신호 전달 억제제는 암 세포의 성장을 지시하는 신호가 전달되는 경로를 방해한다. 백혈구 과잉 생산. 신호 전달 경로가 차단되면, 세포가 분열을 멈추기 때문에 암이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글리벡 개발을 시도한 과학자들은 한 가지 이점이 있긴 했다. 그것은 유전자 결함이 CML의 원이이라는 발견이었다. 즉, CML은 분자 신호 전달 경로를 통해 작용하는 어떤 과정이 과도하게 진행되면서 일어난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져 있었다. 과학자들은 여기에 착안해 CML과 싸울 수 있는 특정 화합물을 찾아 나섰다.

   

과학자들은 글리벡이 키나아제라 부르는 효소 집단(모두 100여종 이상) 중에서 세 종의 활동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중 하나는 CML의 주요지표인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생성될 때 생기는 암 유전자인 Bcr-Abl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두 종은 PDGF-R(혈소판 유래 성장 인자)와 c-Kit였다.

   

1980년대 초에 최초로 암 유전자인 표피 성장 인자(epidermal growth factor, EGF) 발견함, 그러자 표피 성장 인자를 억제할 수 있는 단일 클론 항체를 개발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는데, 그렇게 되면 유방암, 폐암, 방광암을 포함해 여러 종류의 암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항체는 아주 비싸며, 주사를 통해서만 몸 속에 투여할 수 있다. 입을 통해 투여하면 소화돼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값싸고 작은 분자가 필요했다.

   

또 내가 비록 의사로 훈련받긴 했지만, 이들이 한 연구에 과학적 가치를 더해줄 수 없다는 사실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나보다 훨씬 전문가이고,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내가 던 질 수 있는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들뿐이었다.

이들이 말하고 있는 것이 합당하고 논리적인가? 이들의 사고는 일관성이 있는가? 이들은 훌륭한 연구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동기와 정열과 끈기를 갖고 있는가? 이들은 마음이 열려 있는가? 이들은 외부의 아이디어를 흡수할 수 있는가? 이들은 마음이 열려 있는가? 이들은 외부의 아이디어를 흡수할 수 있는가, 아니면 자신만의 세계에 철저히 갇혀 있는가?

나는 과학자들에 대해 판단해야 했다. 누구의 말이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가? 연구중인 화합물에 대해 누가 기대 수준을 낮추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가?

나는 알렉스에게 만약 그가 이 화합물에 대해 연구하는 게 좋다고 느낀다면,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것은 단지 재정적인 지원을 좀더 늘려주겠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해보시오' 라고 말하는 것 이상이었다.

   

우리는 글리벡이 추가로 제공하는 가치도 고려하고자 했다. 가장 큰 가치는 빠른 효과이다. 게다가 부작용도 경미하다. 또 매일 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인터페론과는 달리 글리벡은 경구 약으로 복용할 수 있다.

   

글리벡의 가격은 다른 종류의 암에 대한 화학 치료제와 비교하더라도 비싼 편이 아니다. 특히 반응률과 반응 지속기간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예를 들면, 상당히 진행된 유방암 환자가 헤르셉틴과 탁솔의 복합 요법을 받는다면, 연간 비용은 약 3만 7500달라가 드는데, 치료가 효과를 나타내는 비율은 50%에 불과하다.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결장직장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제인 이리노테칸과 이전에 나온 치료제인 5-FU와 류코보린의 복합 요법을 사용하면, 연간 2만 8125달러가 들지만, 효과를 나타내는 비율은 40%에 불과하다.

글리벡의 경우에는 CML환자가 의사와 상담하거나 입원해야 할 일이 적기 때문에, 설사 약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전체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만성골수성백혈병(CML) 골수 속에 있는 줄기세포 DNA의 후천성 비정상으로 인해 혈액 줄기세포에 일어난 장애로 생기는 병. 세 단계로 진행되는데, 첫단계인 만성기는 3,4년간 지속된다. 전체 환자 중 2/3은 3~6개월간 지속되는 급성기로 옮겨간다. 각각의 시기는 백혈구 수 증가로 구별할 수 있다. CML은 필라델피아 염색체라 부르는 특별한 염색체의 이상이 그 원인으로, 병이 원인이 밝혀진 최초의 질병 중 하나이다. 또 인터페론이 큰 효과를 나타낸 최초의 암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골수 이식 수술이 큰 효과가 있는 암도 CML이다. CML은 혈액과 골수에 침투하며, 지라와 간에도 침투한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두 배 정도 더 많이 걸리며, 대개 50세 이상에서 발병하지만, 어린이를 비롯해 어떤 연령대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Bcr-Abl : 티로신 키나아제의 한 종류. 암 유전자로 작용한다. 키나아제(kinase)는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에서 촉매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효소의 한 종류이다. 티록신 키나아제(tyrosine kinase)는 단백질의 특정 아미노산에 인산기를 전달하는 특별한 방식의 촉매 작용을 한다. 키나아제에 의해 인산화된 형태의 단백질은 그 모양이 변하면서 그 옆에 있는 단백질과 마치 퍼즐 조각처럼 상호 반응을 일으키게 되고, 이 반응이 폭포처럼 퍼져나가게 된다. 정상 세포에서는 티로신 키나아제에 의한 핵심 단백질의 인산화는 세포 증식이나 세포 이동, 혹은 오래되었거나 손상된 세포를 안전하게 제거하기 위한 세포 자살과 같은 특별한 기능을 수행할 때에만 일어난다. CML 같은 일부 암의 경우, 염색체 전좌가 일어나면서 특정 키나에제의 합성 암호를 가진 유전자 예컨대 Abl를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자신의 '머리'에서 분리되어 암 유전자 (Bcr-Abl) 속의 머리(Bcr)의 지배를 받게 된 키나아제는 완전히 조절 능력을 잃고 늘 스위치가 켜진 상태로 있게 된다. Bcr-Abl 재배열은 아주 위험한 짝이다. 그 스위치는 키나아제를 계속 활동하게 한다. 추가로 세포를 만들 필요가 없는데도, 또 그 세포가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데도 그 세포에게 증식하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암 세포가 골수 속에서 계속 혈액 속으로 흘러나가게 되며, 암세포는 정상 수명세포보다 훨씬 더 오래 산다. 간단히 말해서, Bcr-Abl이라는 티로신 키나아제는 세포의 정상적인 유전 지시를 변화시킴으로써 우리 몸에 백혈구 생산을 중단하라고 명령하는 신호에 혼란을 일으킨다. 그 결과 정상적인 경우 혈액 1mm3 당 백혈구 수가 4000-1만이지만, CML환자는 그것의 10-25배에 이른다. 이렇게 백혈구 수치가 높은 것이 CML의 특징이다.

   

성장인자: 새로운 세포의 성장이나 세포 유지를 자극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화합물을 일컫는 말, 그중에서도 특히 폴리펩티드를 가리킨다. 성장 인자는 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기에 들러붙는다. 특정 성장인자는 새로운 세포 증식을 일으키거나(예컨대 표피 성장 인자) 상처를 복구하는(예컨대 혈소판 유래 성장 인자)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호전달억제제: 암 세포의 성장을 지시하는 신호가 전달되는 경로를 방해하는 약으로 글리벡도 그중 하나이다. 신호 전달 경로가 차단되면, 세포가 분열을 멈추기 때문에 암이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신호 전달의 정확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성장 인자 단백질이 세포 바깥쪽에 있는 수용기에 들러붙는다. 그러면 다양한 신호 효소가 그 신호를 세포핵으로 전달해 결국 세포성장을 촉발시킬 수 있다.

   

엑손(exon): 유전자 속에 들어 있는 DNA의 일부로, 단백질의 합성을 지시하는 암호를 담고 있는 부분, 엑손과 엑손 사이에는 아무런 암호를 담고 있지 않는 인트론(intron)이 있다.

   

FISH(fluorescent in situ hybridization, 형광 동소 교잡법) 형광 DNA 탐침과 현미경으로 200개의 세포를 검사하는 염색체 분석법.

   

인터페론: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가 생산하는 당단백질 물질로, 바이러스의 성장을 억제하는 성질이 있다. 인터페론은 1980년 초 처음 알려졌을 때, 여러 가지 암의 치료제로 각광받았다. 임상 실험이 시작되기 전부터 의학계는 인터페론이 암의 성배인 양 흥분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인터페론은 단지 일부 암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켜줄뿐, 암을 치료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페론을 사용하면 길게는 10년까지 살 수 있다.

   

키나아제(kinase): 효소의 한 종류, 비활성 형태의 효소를 활성 형태로 바꾸는 작용을 한다. 인산기를 옮기는 일에 촉매 작용을 하는 효소이기도 하다.

   

Peg-interferon: 인터페론 알파에 비해 부작용이 적으며, 주사를 매일 맞는 게 아니라 일 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된다. Peg는 부동액으로 쓰이는 폴리에틸글리콜(polyethyleneglycole)을 말한다. 이 화합물은 인터페론이 몸 속에 더 오랫동안 돌아다니도록 함으로써 인터페론 알파의 반감기는 몇 시간에 불과한 반면, 페그 인터페론의 반감기는 일 주일이나 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