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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정민 본문
그의 작업진행과 일처리 방식은 명쾌하고 통쾌하다. 먼저 필요에 기초하여 목표를 세운다. 관련 있는 자료를 취합한다. 명확하게 판단해서 효과적으로 분류한다. 분류된 자료를 통합된 체계 속에 재배열 한다. 작업은 여럿이 역할을 분담하여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되었따. 어떤 헝클어진 자료도 그의 솜씨를 한번 거치면 일목요연해졌다. 아무리 복잡한 문제도 그의 머리를 돌아 나오면 명약관화해졌다. 단언컨대 그는 우리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탁월한 지직편집가요, 전방위적 지식경영가였다.
연암은 높고 다산은 넓고 깊다. 연암은 읽고 나면 오리무중의 안개 속으로 숨는데, 다산은 읽고 나면 미운을 걷어내 푸른 하늘을 보여준다. 연암은 읽는 이의 가슴을 쿵쾅대게 하고, 다산은 무릎에 앉혀놓고 알아들을 때까지 일깨워준다. 연암과 함께 한 지난 시간들이 벅찼다면 다산과 함께한 시간들은 나를 설레게 했다.
책 읽는 것 또한 그러하다. 서로 맞춰보고 꿰어보아 따져 살피는 공부를 쌓고, 그치지 않는 뜻을 지녀, 푹 빠져 스스로 얻음에 이르도록 힘써야 한다. 이와 반대로 오로지 빨리 읽고 많이 읽는 것만을 급선무로 한다면, 비록 책 읽는 소리가 아침 저녁 끊이지 않아 남보다 훨씬 많이 읽더라도 그 마음속에는 얻은 바가 없게 된다. 이는 조금만 땅을 파면 오히려 마른 흙인 것과 한가지 이치다.
문제를 회피하지 마라. 정면으로 돌파하라.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고 탐구해 들어가라. 처음에 우열을 분간할 수 없던 정보들은 이 과정에서 점차 분명한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서 실마리를 잡아라. 얽힌 실타래도 실마리를 잘 잡으면 술술 풀리게 마련이다. 더 이상 파 껍질을 붙들고 씨름하지 않게 된다.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자꾸 들쑤석거리기만 하면 나중엔 아예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손쓸 수 없게 된다. 핵심을 놓치지 마라. 실마리를 잡아라.
젊은 사람은 혈기가 안정되지 않아 늘 낯설고 신기한 것에 눈을 판다. 그들은 종종 오래된 것과 낡은 것을 착각하고, 새로움과 괴상함을 혼동한다. 남들이 많이 간 길은 거들떠 보지 않고, 생전 처음 보는 길로 모험떠나기를 즐긴다. 새로운 길을 가더라도 괴상한 것과 혼동하면 안 된다. 주체가 흔들릴 때 모험은 용기이기보다 만용이 된다.
그들은 또 유행에 민감하다. 이것이 좀 뜬다 싶으면 이쪽으로 우르르 몰려가고, 저쪽이 새롭게 부각되면 저쪽으로 무너지듯 쏠린다. 낯설고 새로워도 나 혼자 가는 길은 왠지 불안하다. 다른 사람과 함께 가야 편안하다…
동서남북을 상하좌우로 알 때 문제가 생긴다. 상하좌우를 동서남북으로 착각해도 비극이다.
닭을 쳐서 달걀을 얻고 병아리를 기르는 것은 속된 일이지만, 이 속된 일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우아하고 맑은 일이 될 수 있다. 다산은 자식에게 닭을 치는 것을 계기 삼아 '계경'을 엮어보라고 권했다.
닭을… 경전으로…
정보를 조직화한다.
겉만 보지 않고 의미화 한다.
집체작업으로 시간을 효율화한다.
경험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정보를 계통화한다.
모든 정보를 하나로 꿴다.
일체의 권위를 의심한다.
토론과 논쟁으로 문제의식을 첨예화한다.
다산은 맹목적이고 무모한 독서를 배격하고, 끊임없이 중요한 부분을 베껴쓰고 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메모하는 방식의 독서를 되풀이해 강조했다.
주장을 함부로 내세우지 마라. 증거 없이 말하지 마라. 논거가 없으면 논리도 없다. 막연한 추정이나 도덕성에 호소하는 것은 공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주장을 입증하려거든 증거를 찾아라 논쟁에 이기려거든 논거를 제시해라.
썩은 나무는 새길 수가 없고, 썩은 흑의 담장은 바를 수가 없다. -공자. 재여가 낮잠을 자자..
목청만 높인다고 설득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많이만 쓴다고 납득되는 것도 아니다. 핵심을 찔러라.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내라. 생각의 지도를 정확하게 제시하라.
듣고 나면 당연한데 듣기 전에는 미처 그런 줄 몰랐던 것이 창의적인 것이다. 들을 때는 그럴듯한데 듣고 나면 더 혼란스러운 것은 괴상한 것이다. 이 둘을 혼동하면 안 된다. 깨달음은 평범한 것 속에 숨어 있다. 그것을 읽어내는 안목을 길러라.
주장을 세우려거든 근거를 찾아라. 모든 사실이 다 진실은 아니다. 덮어놓고 앞선 기록을 믿어서는 안 된다. 독창성과 창의성은 객관성의 바탕 위에서만 빛난다. 앞뒤를 따지고 진위를 가려서 객관적인 진실을 밝혀라. 의미는 이것과 저것의 '사이', 여기와 저기의 '중간'에 있다. 갈래를 나누고 가늠해서, 현상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고, 문제의 핵심을 장악하라.
혼자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라. 상생의 공부를 해야 한다. 역할을 분배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목표를 정해 실천하고, 조례를 확정하여 작업의 성격을 확인한다. 그러고는 매진하되, 동시다발로 여러 가지 작업을 병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집체작업에 길들여지지 않으면 안 된다.
독단에 빠지지 않으려면 남에게 비판을 요구하라. 작업의 효율을 높이려면 중간중간 방향을 점검하라. 다른 사람의 의견에 비춰볼 때 안 보이던 문제들이 드러나고, 토론의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분명해진다. 정당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고, 확신이 서면 끝까지 물러서서는 안 된다. 매섭게 비판해도 인간에 대한 애정마저 망각하면 안 된다.
물고기 그물을 쳤는데 기러기가 걸리면, 어찌 버리겠느냐?
다산은 말한다. 정리는 체계적으로, 작업은 능률적으로 하라. 시스템만 갖추어지면 동시다발적인 작업도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초서하고 쉬지 말고 정리하라. 작업의 목표를 수시로 점검하고, 계속해서 효율성을 제고하라.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정보를 장악해야 한다. 자료에 끌려 다니지 말고, 자료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어야 한다.
학문과 인간이 따로 놀면 안 된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 없이 큰 학문은 이뤄지지 않는다. 자연 앞에 서면 그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삶을 예술로 승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 스쳐 지나는 한 마디에도 깨달음을 담아라. 일거수일투족에 의미를 부여하라.
정조는 이런저런 모함과 구설에 휩싸인 다산을 지켜주기 위해, 그를 곡산부사로 임명했다. 잠시 도성을 벗어나 때를 기다리자는 뜻이었다. 전임 곡산부사의 실적인 너무 저조하여 파직된 뒷자리였다.
다산은 부임 즉시 원성이 높았던 고을의 폐단을 하나하나 바로잡아나갔다. 법규를 세우고, 무너진 건물을 다시 일으켰다. 살인도적을 잡고, 억울한 세금을 덜었다. 무고를 밝혀 징치하고, 간사한 무리들을 물리쳤다. 그리고 그 바쁜 와중에도 천연두로 요절한 자식들을 생각하며 마과회통 12권을 완성했다. 흉흉하던 고을이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성품을 기르고, 자연과 마주해서 마음을 닦아라. 조이기만 하고 풀 줄 모르면 마침내는 부러진다. 이완이 있어야 긴장할 수 있다. 늘 눌려만 있으면 용수철은 튀어 오를 힘을 잃는다. 책만 책이 아니다. 천지만물이 다 책이다. 툭 트인 생각, 걸림 없는 마음은 자연 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
일상의 공간에 마음을 쏟아라. 굳이 먼데를 기웃거리지 마라. 내가 사는 공간에 정성을 쏟아 그곳에서 일상의 기쁨을 만끽해라. 생활 속에서 운치를 깃들이는 일, 그를 통해 삶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이는 일은, 몸은 비록 티끌세상에 묶여 있어도 마음은 훨훨 자유로운 경계 속에 노닐게 하는 일이다.
마음속에서 속된 기운을 걷어내라. 하지만 생활을 외면하는 것을 고고한 것을 착각하지 마라. 무능에서 나옥 적빈과 군자의 맑은 청빈은 전혀 같지가 않다. 청빈을 즐길 뿐 적빈을 자랑하지 마라. 작은 시련 앞에 주눅들어 무작정 서울을 떠나는 것은 자손을 망치고 집안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몸은 진창에 떨어져도 꿈은 하늘에 심어라. 처지에 따라 변하는 것은 군자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경제를 생각하되, 운치를 잃어서는 안 된다.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라. 이 마음 없이는 학문도 문학도 아무 의미가 없다. 뜨거운 붉은 마음 없이는 소용이 없다. 제 몸만 아끼고 제 식솔만 챙기는 공부는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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