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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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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의사이자 작가인 폴 칼라니티의 자전적 회고록 When Breath Becomes Air (숨결이 바람 될 때)에서 메모한 내용입니다. 폴의 경험을 통해 의학, 죽음,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과정이 잘 담겨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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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부학 실습 경험 – 의대생이 시체를 해부하며 겪는 감정의 변화(혐오감, 흥분, 무감각 등)를 통해 죽음과 삶의 경계를 탐구합니다.
- 암 진단 후의 깨달음 – 죽음을 인식하는 방식이 암 진단을 받기 전과 후에 어떻게 변화했는지 성찰하며, 죽음이 불가피하지만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 딸 케이디에 대한 사랑 – 자신의 죽음 이후에도 글을 통해 딸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와, 아빠로서 느낀 행복을 기록하려는 노력.
- 죽음을 마주하는 태도 – 폴의 용기와 죽음을 대하는 문화적 차이,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
- 메스는 아주 날카로워서 피부를 자른다기보다는 지퍼를 여는 느낌이 든다. 피부가 열리고 그 아래에 숨겨진 금단의 힘줄이 드러나면, 단단한 각오가 무색하게도 불시에 무안함과 흥분을 느끼게 된다. 의대생의 통과 의례인 시체 해부는 지극히 신성한 영역을 침범하는 작업이기도 해서, 혐오감, 흥분, 욕지기, 좌절감, 경외감 등 무수한 감정을 자아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단조로운 수업 과정의 하나가 된다. 연민과 무감각 사이에서 그때그때 감정이 교차한다. 해부실의 상황은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금기를 깨는데, 해부 도중 포름알데히드가 식욕을 강하게 자극해 부리또가 간절히 먹고 싶어지기도 한다. 정중신경을 해부하고, 골반을 톱질하여 반으로 자르고, 심장을 잘라서 여는 것으로 시체 해부 과제를 마치면 이제 무감각이 찾아온다. 이 ‘성스러운 침범’은 고지식한 친구, 시도 때도 없이 농담하는 친구, 그리고 나머지 학생들로 가득한 평범한 대학 강의의 성격을 띠게 된다. 시체 해부는 엄숙하고 경건한 학생들이 냉정하고 거만한 의사로 변화하는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4.10.30. - “의사가 개인적으로 마음을 쓰는 환자들의 예후는 잘 못 본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 말이야.”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안 그래도 걱정거리가 쌓여 있어. 그건 한참 나중에 걱정해도 될 것 같아.” 나는 나 자신의 죽음과 아주 가까이 대면하면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동시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암 진단을 받기 전에 나는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가 될지는 알지 못했다.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언제가 될지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통렬하게 자각한다. 그 문제는 사실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죽음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죽음 없는 삶이라는 건 없다.
2024.10.31. - 하지만 절대 미래를 빼앗기지 않을 한 가지가 있다. 우리 딸 케이디. 나는 케이디가 내 얼굴을 기억할 정도까지는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목숨은 사라지겠지만 글은 그렇지 않다. 케이디에게 편지를 남길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대체 뭐라고 써야 할까? 케이디가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지어준 별명이 딸아이 마음에 들지도 알 수 없다. 미래가 창창한 이 아이는, 기적이 벌어지지 않는 한 과거만 남아 있는 나와 아주 짧은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이다. 이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이다. 그 메시지는 간단하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2024.11.04. -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기로 한 폴의 결정은 더할 나위 없이 용감했지만, 죽음을 기피하는 우리 문화에서는 그리 칭송받지 못한다. 큰 야망과 부단한 노력과 더불어 모질지 않은 부드러움 또한 폴의 강점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하는 문제와 오랜 시간 씨름했고 이 책은 그 본질적인 영역을 탐구하고 있다. 에머슨은 이런 글을 남겼다. “보는 자가 언제나 말하는 자이다. 그의 꿈은 어떻게든 말로 표현되며, 그는 장엄한 환희 속에 그 꿈을 널리 알린다.” 용감한 보는 자 폴은 이 책을 쓰면서 말하는 자가 되었고, 우리에게 진실한 마음으로 죽음을 대면하라고 가르쳐주었다.
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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