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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이서원

bangla 2025. 1. 2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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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나이의 의미
    오십 이전은 남을 위해 살던 시기이고, 오십 이후는 나를 위해 살아가는 시기이다. 나이에 따라 외적 기준에서 내적 기준으로 삶의 초점이 바뀐다.
  • 자유로운 삶의 가치
    노신사의 여행 경험을 통해, 남의 기대가 아닌 자신의 이유로 살아가는 것이 삶을 설레게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 마음의 건강과 지혜
    지혜는 어려운 상황을 적절히 해결하는 능력으로, 과한 기쁨이나 낙담을 방지하고 삶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 에이징(Aging)의 본질
    나이는 숫자일 뿐이며, 우리는 매일 신체적으로 약해지지만 마음은 성숙해진다.
  • 자신만의 기념일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기념일로 삼으며 삶의 의미를 찾는다.
  •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자기 자신을 좋아하고 궁금해하면 혼자 있는 시간도 즐겁다.
  • 상처 극복의 과정
    인생의 어려움을 지나가는 열차에 비유하며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 관계의 기술
    좋은 말이 좋은 관계를 만든다는 깨달음과,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고 자신의 의견을 나누는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삶의 원칙과 균형
    돈을 빌려줄 때 조건을 정해 마음의 부담을 줄이고, 인생에서는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 자녀 교육의 방향
    이상적인 자녀는 부모의 말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 오십 이전이 남의 이유로 남의 삶을 사는 시간이라면 오십부터는 나의 이유로 나의 삶을 사는 시간이다. 20대에 남들이 감탄하는 가장 예쁜 옷을 입었다면, 30대는 남들과 다른 개성 있는 옷을 입었고, 40대는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 비로소 오십이 되자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 내가 가장 좋아하고 나에게 가장 편안한 옷을 입게 되었다. 오십은 남이 아닌 나로 나에게 다가서는 때다. 남의 삶을 숙제하듯 살던 일상에서 나의 삶을 축제하듯 사는 황금기다.

    2024.12.29.
  • 노신사의 눈이 반짝였다. “시내버스로만 그 먼 곳까지 가는 게 가능합니까?” “가능하지요. 한 번에 쭉 가지 않으니 여러 버스를 타셔야 할 겁니다. 가다가 배고프면 아무 데나 들어가 밥을 드시고 졸리면 아무 데나 내려 근처 숙소에서 주무시면서 다녀오십시오.” 보름 뒤 노신사가 상기된 표정으로 상담실에 들어오더니 내 손을 덥석 잡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내 생애 처음으로 설레는 여행을 했습니다. 남에게서 찾은 이유가 아니고 나만의 이유로 자유롭게 여행을 한 건 처음입니다.”

    2024.12.29.
  • 마음의 건강을 두 글자로 줄이면 지혜다. 지혜란 어려운 일이 생길 때 가장 적절한 방법을 생각해 내는 능력이다. 지혜가 생기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크게 놀라지 않는다. 좋은 일에도 과하게 기뻐하지 않는다. 좋은 일이 잠시 머물다 떠날 것임을 알고 이후에 힘든 일이 올 수도 있음을 알아서다. 그래서 나쁜 일에도 지나치게 낙담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어쨌든 해결될 것이고 삶에 필요한 배움 하나를 건질 것이기 때문이다.

    2024.12.29.
  • 에이징(the Aging)이야. 청년, 중년, 노년은 세상이 구분해서 편의상 붙인 이름일 뿐 본질적으로 스무 살도 에이징, 육십 살도 에이징이야. 우리는 날마다 몸은 조금씩 약해지고 그만큼 마음은 성숙해져 가는 존재야.” 오십 이후에 생긴 좋은 습관 중 하나는 한 번씩 멈춰 서서 생각하는 빈도가 늘어난 것이다. 여러 해 전 교수 생활을

    2024.12.29.
  • 오십은 숫자에 불과하지만 바통 이어받기에서 중요한 숫자이기도 하다. 몸의 기능이 떨어지지만 마음은 성숙해지고 깊어진다. 몸의 시대가 저물고 마음의 시대가 열린다고 오십을 해석하면 오십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숫자다

    2024.12.29.
  • 나는 작은 노트에라면 국물 기념일이라고 쓰고오늘 내가 끓인 라면이 너무 맛있었다. 오늘은 라면 국물이 진짜 맛있는 기념일이다.’라고 해설을 달았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기념일 노트를 시간 날 때마다 쓰고 있다. 어떤 날은푸른 하늘 기념일’, 어떤 날은개운하게 잔 기념일이라고 제목을 붙인다. 바쁠 때는 한 달에 하나를 쓸 때도 있고, 한가할 때는 하루에 10개를 쓸 때도 있다.

    2024.12.29.
  • 나에게 친절해지는 방법은 그리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몸을 관찰하여 몸에게 일어난 일을 알려주고, 마음을 관찰하여 마음에게 일어난 일을 알려주는 것이 전부다. 알려줄 때는 거칠고 모질지 않고 정성껏 존중하는 마음으로 하면 된다. 그러면 몸도 좋아하고 마음도 좋아해서 서로에게 편안하고 너그럽고 온화한 존재가 되려고 노력한다.

    2024.12.29.
  • 상처라는 열차가 지나가는 중입니다

    2024.12.29.
  • 그럴 때 제일 좋은 건 그 모든 일과 사람과 기억을 열차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또빠앙기적 소리를 울리며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열차가 통과하는 중이다. 담담히 지켜보며 내 마음을 다독이자. ‘서운한 게 정상이야. 미운 게 정상이야. 아픈 게 정상이야. 나니까 그때 그 정도 한 거고 지금 이 정도 하는 거야.’ 열차가 통과하면 다시 일상이 환하게 시작된다. 그럼 됐다.

    2024.12.29.
  • 무엇이 혼자 있는 것을 즐겁게 할까. 그건 자기를 좋아하고 자기에 대해 궁금해하면 된다. 자기 자신은 평생 그 속을 들여다보아도 질리지 않는 유일한 존재다. 나에 대해서는 수많은 질문과 답이 가능하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라는 질문만 놓고 보더라도 정말 많은 답이 떠오른다. 거기에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더하면 갑자기 진지해진다. 그리고정말 좋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인가.’를 묻게 되면 나에게 깊이 들어가게 된다. 그런 질문 하나가 과학자를 수도자로 만든 것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2024.12.29.
  • 세 번째 법전을 얹으며 이건 정신병 앓는 아들, 네 번째는 사고 치는 아들, 다섯 번째는 아내라고 말했다. 그의 양팔이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무거우시죠?” “!” “뭘 빼실래요?” “뺄 게 없습니다.” “계속 들고 계실래요?” “무겁습니다!” “뭘 빼실래요?” “뺄 게 없습니다!” “그럼 계속 들고 계세요.” 그의 팔이 부르르 경련을 일으키더니 법전들이 바닥으로 한꺼번에 와르르 쏟아졌다. 그의 마음도 무너졌다. 눈물 콧물이 범벅 되어 울기 시작했다.

    2024.12.29.
  • 뺄 게 없다고요!” 그는 통곡했다. 지켜보던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방 안에 가득했다. 그날 이후 그는 말이 없어졌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지 못했다. 귀로는 들어도 마음으로는 자기 문제로 깊이 들어가 있는 듯 멍한 표정이었다. 매주 한 번씩 열리는 상담이 3주 정도 지나자 그가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뺏습니다, 하나를.” 모두 와아 하고 박수를 보냈다. “이제 팔이 좀 덜 아프겠네요.” 누군가의 말에 모두 함께 웃었다. “제일 먼저 사고 치는 아들을 뺐습니다. 하나를 더 빼려고 하는데 그건 빼고 나서 말하겠습니다. 그때 팔에 올리신 두꺼운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 “돈이 남았을 텐데 뭘 하셨습니까?” “빵 안 사 먹고 라면 안 끓여 먹고 돼지국밥 사 먹었습니다.”

    2024.12.29.
  • 꼰대에서 벗어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과 다른 하나는 남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마음이다. 두 조건은 쌍둥이와 같아서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다른 사람 생각이 궁금해진다.

    2024.12.29.
  • 우리나라 속담에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맞고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맞다.’는 말이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건 이 때문이다. 그들의 말을 가만히 듣다 보면 나도 이해가 되고 수긍되는 부분이 있다. 그때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거나 알아들었다는 눈빛을 보낸다.

    2024.12.29.
  • 여기에 추가해서 한 가지 질문을 더한다. “더 할 말은 없니?” 이왕 시작한 말이라면 남김없이 다 해보라는 나의 배려다. 말이 이어진다면 평소 할 말이 쌓여 있던 사안이었음이 틀림없다. 다행히 지금까지 아내나 아들이 더 이야기를 한 적은 거의 없다. 자기 할 말을 끝낸 아내나 아들의 표정에 시원함과 후련함이 교차하면 비로소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내 생각을 이야기해도 될까?” 아내나 아들은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 자기 속이 다 비었으니 비로소 남편이나 아빠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내 이야기를 다 하고 나면 나도 속이 시원하다. 서로의 생각을 이렇게 드러내면 마음이 이해된다.

    2024.12.29.
  • 스님의 말은 짧았지만 울림이 컸다. 입을 벌린 채 멍하게 있는 나에게 스님이 일화 하나를 더 들려주었다. “어느 보살님으로부터 식사 대접을 받았어요.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러 나가는 보살님을 보고 내가 말했어요. ‘걸어 다니는 꽃이라!’ 그 말에 가던 보살이 멈칫하더라고. 그러고는 그 일을 잊었어요. 그런데 다음 해 어느 날 그 보살님께서 큰돈을 보내셨어요.” 놀라서 보살님께 전화해서 이게 무슨 돈이냐고 물었더니 그 답은 이러했단다. “스님, 그거 걸어 다니는 꽃값이에요.” 나는 노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부터 누군가에게 대답하거나 말할 때마다말하는 데 돈 드나요?’ 하고 스님이 귓가에서 속삭이는 듯했다.

    2024.12.29.
  • 그리고 이런 말이 쌓여 원만한 관계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좋은 말은 좋은 관계의 재료였다. 말이 좋으면 관계도 좋을 수밖에 없고, 말이 나쁘면 관계도 나쁠 수밖에 없다. 인격이 언격이고 언격이 인격이다.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이 쌓아온 인격이 보인다. 평소 마음을 곱게 쓰고 살아야 나오는 말도 좋게 나온다. 그러므로 말은 기술이 아니라 인격이다.

    2024.12.30.
  • 성경 고린도전서에 나오는 구절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로 시작되는 「사랑」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이 가사를 강사가 살짝 바꿔 불렀다. ‘부모와 자녀와 부부는 이 세상 끝까지 영원하며 부모와 자녀와 부부 중에 그중에 제일은 부부니라.’로 개사한 노래는 이제 부부 집단상담을 할 때 내가 애창하는 곡이다. 노래할 때면 나는 그림을 그릴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나로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2024.12.30.
  • 일흔이 넘어 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학과 1학년으로 입학해서 내가 가르치는 교양과목을 신청하신 것이다. 진땀이 났다. 부족한 내가 최고의 상담 전문가 앞에서 상담은 이렇고 저렇다 이야기하는 것이 마치 포크레인 앞에서 삽질하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선생님은 매 수업마다 진심으로 임하셨다. 수업을 마치면 자유 게시판에 오늘 수업 내용에 대한 의견을 자세하게 올리셨다. 의견은 제자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승에게 예의를 깍듯이 갖추어 당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나는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선생님의 글을 한 글자 한 글자 황송한 마음으로 읽고 마음에 새겼다. 제자 수업의 흠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잘한 것을 감탄하고, 못한 것은 이런 것을 참고하면 더 온전해질 것이라고 따뜻하게 감싸며 일러 주었다. 선생님이 들어와 있는 수업이기에 나는 매번 더욱 최선을 다해 강의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은 나와 선생님의 사제 간에 오가는 글을 보며 무척 즐거워했다. 선생님 글에 내가 답을 달고,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의견을 남기는 글이 학생들에게 화제가 되곤 했다. 가끔 학교 근처에 있던 선생님 댁에 가면 모니터 앞에서 환히 웃으며 열심히 수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생님은 공부가 너무 즐겁다며 일주일에 꼭 두 번씩 강의를 반복해서 들었다. 문화를 전공으로 택한 선생님은 학생들 모임에도 꼬박꼬박 참석해 모처럼 맞은 학창 시절을 기쁘게 보냈다.

    2024.12.30.
  • 남들이 생각하는 꽃이 나의 꽃은 아니며, 즐거운 삶을 산다는 건 나에게 꼭 맞는 꽃을 발견하고 꽃피우는 일이다. 일정하게 따뜻한 온도가 쌓여 봄꽃이 피는 것처럼 나도 나에게 관심이란 따스한 온기를 품어볼 일이다.

    2025.01.01.
  •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에게 이런 원칙을 세우고 실천해 왔습니다. 가족 형제들에게는 500만 원, 죽마고우 죽고 못 사는 친구에게는 300만 원, 사회에서 만나 외면하기 힘든 지인에게는 100만 원으로 빌려주는 금액의 상한선을 정했습니다. 이 액수를 빌려주되 조건은 갚지 않아도 되며 평생 딱 한 번이라는 것입니다.”

    2025.01.01.
  • 어느 하루는 전날 저녁 집단상담에서 내담자와 나누었던 말이 떠올랐다. “만남은 숙명이고 결혼은 운명이더라고요.” “숙명과 운명의 차이가 뭔가요?” “숙명은 화살이 뒤에서 날아오고, 운명은 앞에서 날아오는 거예요.” “?” “뒤에서 화살이 날아오니 피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앞에서 날아오면 이리저리 피할 수가 있잖아요.” 눈을 감고 그 말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리고인연은 신이 만들어 주는 것이고, 부부 관계는 내가 만드는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퍼뜩 생겼다.

    2025.01.01.
  • 재미없어도 된다. 의미가 있다면 만족한다. 사실 제대로 된 재미란 삶의 이치를 깊이 헤아리는 의미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이다. 터져 나오는 반짝임인 재미가 없어도 의미가 점점 깊어진다면 재미는 솔솔 피어오를 것이다. 재미는 재능이 필요하지만 의미는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라도 의미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스승의 소크라테스 이야기 덕분에 지금 나는 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으로 참 재미있게 산다.

    2025.01.01.
  • 좋은 학교를 하나 만들려고 합니다.” “좋은 학교는 좋지 않다.” “왜요?” “좋은 학교에는 좋은 학생이 다닐 거 아니냐. 그럼 좋은 학생과 나쁜 학생으로 나누어질 거고. 그래서 좋지 않다는 거다.” “그럼 무슨 학교가 좋습니까?” “편한 학교가 좋지.”

    2025.01.01.
  • 이상적인 자녀는 부모 말을 잘 듣는 모범생이 아니라 부모에게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고 자신의 인생을 독립적으로 사는 자녀이다. 부모의 돌봄과 보호가 필요한 시기에는 당연히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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