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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중독자, 필리 슬레이터, 30년 전에 적은 책이 아직도, 아니 더 현실적으로 느껴짐 본문
내가 사는 도시에는 값비싼 요트 수백 척이 정박한 항구가 있다. 1
년 중에 날씨가 가장 좋을 때에도 실제 사용되는 요트는 그 중 4분의
1도 안되고, 몇 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 달에 한 번이나 1년에 한
번 정도 사용될 뿐 연중 내내 항구에 묶여 있다. 자물쇠가 치1워진 울
타리 안에서 요트는 오직 경탄과 질투를 유발하는 상징으로 존재하
는 듯 보인다. 요컨대 남들에게 부 중독을 유발하기 위해 그곳에 전시
되는 것이다. 이렇듯이 모든 부 중독자는 노골적으로 남들의 중독을
충동질하려는 경향이 있다 부 중독은 중독자가 다른 사람의 금단현상
을 보면서 한층 더 희열을 느끼는 유일한 중독이기 때문이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미술품 도둑이다. 어떤 미술관에서 걸작을
도난당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흔히 복면을 쓰고 각종 연장과 범죄용
장비를 갖춘 절도범을 떠울린다. 그러나 그 모는 미술품 도둑들의 배
후에 백만장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은
놀라울 정도이다 그들이 아니면 훔친 미술품을 사들일 만한 재력가
가 없는데도 말이다. 위대한 예술품은 일반적인 장물처럼 거래될 수
없다. 오로지 개인적 만족을 위해 작품을 숨겨두려는 부유한 수집가
들에게나 매매가 가능하다.
부에 대한 중독의 속성을 이보다 더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없
을 것이다. 부자는 도둑에게 미술관의 그림을 훔쳐달라고 의뢰하며 돈
을 지불한다. 미술관에 걸려 있는 그림은 (그 부자를 포함해) 수백만 명
이 즐길 수 있지만, 부자는 그림을 집에 가져다 놓고 혼자 독점하길 원
한다. 그는 작품을 손에 넣더라도 결코 발각 당하지 않을 만한 비밀
장소에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그림을 충분히 감상하기는 힘들 것이다.
수집가의 진정한 만족은 소유의 배타성, 즉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그 그
림을 보는 즐거움을 빼앗는다는 데 있다.
의식적으로 자기의 운명을 형성해가는 힘이 너무 강해지면 우리의
미래는 단지 편협한 목표, 즉 자신에게 안전한 세상을 만들려는 욕망
에 갇히고 말 것이다. 안전은 곧 정체를 의미한다. 인생은 위험을 두름
쓸 때 비로소 살 가치가 생긴다. 부는 그 자체도 일종의 안전장치이지
만, 더불어 다른 여러 안전장치를 확보하게 해준다. 결국 생명력과 성
장은 오로지 부 자체가 위험에 처할 때만 되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가난 역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성장과 행복은 여러
대안 가운데 선택하는 힘에 달려 있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선택의 사
치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부지들은 자기 인생에 대한 통제
력이 너무 강해서 숨이 막히고, 만대로 민자들은 통제력이 너무 부족
해서 숨이 막힌다. 가난한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힘겨운 것은
부 중독자들이 모든 자원을 독차지했을 뿐 아니라 부 중독자가 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놓았기 때문이다
마이클 필립스에 따르면, '돈의 제1법칙'은 올바른 일을 하고 있으면 돈이 저절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것은 필립스의 다른 법칙과 마찬가지로 주로 교육받은 중산층에 기초한 이야기이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진실이 남겨 있다. 돈은 종종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충분한' 돈을 모으기 위해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돈은 에너지를 따라 간다 만일 우리가 에너지를 분산시키면, 궁극적으로는 돈을 잃게 될 것이다. 우리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돈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거나 반대로 돈을 완전히 무시해야만 한다. 무언가를 창조 하거나 공연하거나 발명하는 데 전적으로 몰입하다 보면 그 부산물로 의도하지 않은 성공과 돈이 따라오기도 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이렇게 한 가지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기가 힘들다. 생계를 유지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기 때문에..
필립스의 법칙은 만아 돈에 모는 에너지를 쏟을 수 없다면, 다른 가능한 곳에라도 모든 에너지를 쏟으리는 의미로 들린다. 물론 여기에도 어느 정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돈이 에너지를 따라간다지만 우리 생전에 반드시 당도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직접적으로 돈을 추구하는 사람보다는 아마 더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설픈 중독은 우리를 더 극단적인 중독자들의 완벽한 호구로 만든다. 그들은 우리의 돈을 밑천으로 자신의 게임을 하고 심지어 돈을 일기도 한다. 돈지상주의에 빠지면 누군가의 호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도박가 중에 수많은 어설픈 중독자를 등쳐먹고 살지 않는 사람은 기의 없다. 사업가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다른 모든 경쟁적인 세계와 마찬가지로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나위는 것이다.
소유란 어떤 대상의 사용권을 영구히 독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유욕에는 일말의 불안감이 내포되어 있다. 소유는 우리가 즐기기나
원하는
대상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원할
때 그것이 손닿는 곳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워낙 간절하기 때문에
심지어 원하지 않을 때에도 그렇기를 바란다. 그래서 배가 고프지 않
은데도 장고에 음식을 쟁여두고, 입지도 않는 옷을 장롱에 쌓아놓고,
타지도 않는 차를 주차장에 세워둔다. 그 논리적 근거는 우리가 먹거
나 입거나 타기를 원할 때 그런 음식, 옷, 차를 찾아 헤매는 시간을 절
약하기 위해서다.
이런 시스템은 실용적이고 낭비가 적으며 한결 쾌적한 환경을 조성
할 것이 분명한데도,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런 시스템에 반대할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자기만의 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소유의
진짜 기능이 드러난다. 소유란 우리가 원하는 대상에 대한 다른 사람의 접
근을 막는 방법인 것이다 소유의 배후에는 근원적인 불안감이 도사리
고 있다. 우리는 어떤 대상이 남의 차지가 되기나 품귀에 이르기 전에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소유는 우리가 손에 넣지 못할까 봐 두려
운 무언가에 욕심내고 매달리는 방식이다.
인간 유기체는 전체적으로 다양한 층위에서 무척 민감하며 창의적
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유연하게 대응한다. 반면에 에고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이분법적 메커니즘이다. 에고가 행하는 모든 복잡한 사고과
정은 결국 한 가지 구분을 정교화한 데에 불과하다. 바로 위협과 비非
위협의 구분이다. 디지털 컴퓨터는 에고를 모델 삼아 설계되었다. 따라
서 사람들이 "컴퓨터는 생각을 할 수 없다"고 말할 때는 사실 '생각은
에고의 쓸데없이 복잡한 계산 범위를 넘어선다'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그리고 컴퓨터 과학자들이 일부 컴퓨터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있
다고 말할 때는 사실 "내가 보기에 생각은 에고의 계산과 별만 다르지
않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폴 게E는 부유한 집안에서 대어나 온전한 부모 밑에서 자랐고 종
종 미국 최대 부자로 손꼽혔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진짜 부자라고 느
껴본 적이 없다. 석유업계에는 전부 나보다 부자인 사람들뿐이었다'라
고 말했다. 존 D. 맥아더는 억만장자답지 않게 소박하게 사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사업을 시작하고 처음 15년 동안 '살얼음 위를 걷는' 기
분이었다고 말했다. "나는 돈을 별기 시작했을 때도 인제 어떤 일이 일
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기존의 생활 방식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렇
지만 맥아더는 한 번도 심한 가난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H. L. 헌트 밑
에서 일하던 한 직원은 "헌트는 아무리 돈을 벌어도 마음속으로는 항상
가난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깊은 불안에 시달리는 중독자들에게 대
부분 적용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돈으로 가득 채워 내면의 가난을
치유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실패가 성공만큼이나 필수적이다.
하워드 휴스는 영화에서 여배우가 닭다리를 물어뜯는 장면을 찍기 위해 소품 담당자가 치킨 한 마리를 통째로 샀다는 데 격분해 호되게 야단쳤다.
중독자들이 세부사항에 매달리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 사
태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환상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지극히
자질구레한 사항을 다루는 과정에서 에고는 상대적으로 거대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소소한 문제들을 나누어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어떤 가치 있는 일도 이를 수 없다. 이것은 단
지 에고로 하여금 현실을 일정 부분 통제하고 있고 인생에서 복잡한
문제를 일부나마 처리할 만큼 진정되어 있다고 안심시키기 위한 일종
의 신경안정제에 불과하다. 우리는 중독자들의 에고가 실세계나 그들
의 몸처럼 유동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다루기에는 너무나 단순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끊임없이 두려움에 시달리는 그들은 복잡한
문제를 외면한 채 오로지 단순한 측면- 돈- 에만 집중하여 그에 대한
통제력을 얻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서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아르튼 크루프, 400년이 지난 지금도 에센 지방의 땅을 소유.
우리의 결핍이란 엄밀히 말해 부족함이 아니라 불균형이라는 것.
한 나라에 과도한 부나 극심한 가난이 없다면, 정의가 지배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 탈레스
잠재적 중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