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esign your brain
뇌, 인간의 지도, 마이클 가자니가 본문
내 경우에는 늘 하나의 문제를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이는 나의 빈약한 기술 때문이기도 하다. 내게는 수학이 쉽지 않아 분야를 막론하고 고도의 기술적 논의가 있을라치면 자리를 피하기 일쑤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복잡해 보이는 문제를 일상의 언어를 사용해 접근하면 오히려 쉽다는 것을 나는 알아냈다. 세상이 그런 식으로 돌아가니 당연한 얘기다.
알바레즈 교수는 과학자가 연구를 하는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들어왔던 방식이 뭔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실험 정신이 시발점이 되어, 논의 중인 주제가 무엇이 됐든 말이 될 만한 또 다른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들은 발견이나 발명에 대해 놀라워하면서도 본능적으로 그리고 자동적으로 다른 방법이나 설명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우리 인간은 끊임없이 사물을 추상화한다. 구체적인 현실을 가져와 그로부터 더 큰 이론을 세우고 이해를 넓힌다. 이렇게 해서 제한된 뇌 용량을 보다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더 단순한 새로운 기술 계층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낸다.
사물을 언급할 때마다 사물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제시되는 온갖 복잡한 기저 요소들을 처리할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정신 작용에 너무 많은 부담을 주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요소들을 뭉뚱그려 이름을 붙인다. 수천, 수백만 개 항목들을 하나로 줄이는 것이다. 지나치게 세부적이었던 주제를 추상화된 시각으로 보게 되면 주제에 대한, 즉 사물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이 신이 날 만큼 분명해진다. 새로운 핵심어와 그 대상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정신이 새로운 에너지로 다시 생각할 자유를 얻게 되는 것과 같다. 계층은 자연의 어디에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계측적 세계관… 세포, 컴퓨터, 네트워크, 박테리아, 뇌 같은 복잡한 체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과학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다.
어제의 답보다 더 간단한 것은 없다. - 스페리
오랜 부부처럼 서로 협력하는 뇌
그들은 서로 다르지만 놀라울 만큼 능숙하게 서로 협력하고 조정하면서 늘 공유하고 있는 신체를 사용한다. 독립성과 협력이 공존하는 것이다.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인간 스스로가 만든 놀라운 체계에서 인간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지식은 뇌가 재주를 부리는 비밀을 파헤치는 데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컴퓨터 세계에서는 일곱개의 계층을 생각할 수 있다. 가장 상위 계층은 페이스북 같은 어플리케이션이나 프로그램이고 가장 하위 계층은 아이폰 같은 실제 하드웨어다. 각 계층은 다른 계층에 속해 있으면서도 놀랄 만큼 독립적이다.
뇌가 분리로 인한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밝히는 데 있는 뇌가 결정의 절반을 무의식의 영역으로 보낸다는 개념뿐만 아니라 '해석기'의 발견도 한몫 했다. 좌뇌에 존재하는 이 특별한 체계는 수많은 정신 체계에서 비롯된 모든 행동을 주목하고 있었다. 마치 우리의 행동을 관찰하는 감시 카메라처럼 말이다. 물론 행동은 정신적 혹은 인지적 작용이 발생했다는 증거다. 해석기는 주목만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일련의 행동들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서사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며 행동을 '납득'하려고 애썼다. 해석기는 귀중한 장치이며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석기는 우리가 뭔가를 왜 좋아하는지, 왜 그런 의견을 갖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이 합리적이었는지를 설명하려고 할 때 항상 작동한다. 대단위로 모듈화되고 자동화된 뇌로부터 정보를 얻어 혼돈에서 질서를 만들어내는 장치가 해석기다. 해석기는 납득이 되는 설명을 제시하며 우리가 통합된 의식적 행위자라는 일종의 본질주의를 믿게 만든다.
우리는 테드 강연, 인상적인 한마디, 간추린 뉴스 등 요점의 시대에 살고 있다. 소화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아서 간결하고 완벽해 보이는 이야기가 있는 세계만 이해하고 싶어 한다. 안달복달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모두가 이렇게 살을 뺀 정보에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 되어 문자와 휴대전화가 주는 즉각적인 만족감에 굴복한 것처럼 정보에 의존한다. 그런데 예술이나 학문을 취미로 하는 사람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은 '간단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느냐 못 하느냐이다. 어떤 이야기든 그 기저에 깔린 복잡함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그 비결일 것 같다. 나의 경우, 뇌가 능수능란하게 정신을 작동시키는 비결을 알아내려고 애쓰고 있는데 이제 겨우 출발선에 가까스로 도달했음을 깨달을 때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생각에 대한 문자 기록이 있는 한, 생명의 본성을 궁금히 여기는 인간의 기록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저 진행 중인 대화에 뛰어들고 있을 뿐, 처음과 중간과 끝이 있는 대화를 구성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진다. 인간의 사고 과정의 일부 한계를 발견했을 수는 있지만 아직 모든 이야기를 다 알지는 못 한다.